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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일지/movie

또 속았다...영화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대충 정신없이 지나보낸 2012년 첫 13일의 금요일.
웬지 강한 한 방이 필요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리스트.
그 중에 단연 눈에 띄는 영화는 단 하나.

영화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지난 연말 개봉 전 영화 광고를 통해,
1월에 가장 보고싶었던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영화.
언뜻 제대로 보지 못했던 몇번의 극장 광고.
그냥 당연히 그가 여자를 증오한 남자인 줄 알았다.
반듯한 007 제임스 본드 이미지에서 탈피한
뭔가 색다른 영화일 줄 알았다.

내용도, 제목도 속았다. 늘 그렇듯이, 게으른 나 자신에게.
원제는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이 제목 - 웬지 익숙하다.
어디선가 봤던 익숙한 형식의 영어 단어 나열.
이미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3부작의 1부일 뿐,
게다가 원작자의 나라 스웨덴에서 이미
자체적으로 영화화되기도 한 작품.

어느 영화 시상식에서 이미 상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제목이 웬지 너무 익숙한데...

역시 영화 자체의 전체적인 내용, 흐름보다도
꽤 긴 인상적인 인트로를 장악한,,, - 사실은 마음 속으로 긴긴 인트로 동안 심하게 열광했다.
- 이 익숙한 옛 선율과, 처음 듣는 기괴하면서도 시원시원하게 찢어지는 음색은 정말 환상의 조화였다.
마치 오랜만의 락 공연장에 와있는 듯한 환상에 젖어들며, 지난 과거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 인트로가 마무리 될 무렵, 바로 눈에 와 박히는 우측 하단의 Trent Reznor.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과거 인더스트리얼 락 음악 신봉자들에게 추앙받던 나인 인치 네일스의 그.
그리고 영화 <밀레니엄>의 느낌을 강하고 완벽하게 덧입힌 Karen O의 음색이
Led Zepplin의 "Immigrant Song"에게 2012년의 영광을 재현한 듯.
이 인트로 음악과 영상만으로도 이미 한 편의 영화를 다 본것만 같았다.
뛰어난 영상미의 대가 - 데이빗 핀쳐 감독에게는 sorry. 최근작들 꽤 봐놓고서도 못 알아보다니...
트윈픽스, 블루벨벳의 데이빗 린치와 헷갈려서 조금 다른 색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본 것은 사실이다.
이제야 알았지만, 린치님의 이레이져 헤드는 꽤 인상깊게 봤었는데...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잊을만하면 나와주는 Robin Wright도 나름 반가웠다.
 
솔직히...ㅜㅜ 영화 자체로서는 좀 힘든 장면이 많았다. 소설이라서 그런 것인가?
굳이, 지나치게, 불필요할 수도 있는 부분들... 하긴 그래야 that girl의 심리 상태에
개연성과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겠지,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서야
비로소 서로에게 부족한 불안한 기운을 없앨 수 있었고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그런 음산한 분위기, 몇 십년을 거슬러 올라간 한 가문의 소녀 실종 사건...
이런 거 좋아하면서도 매우 무서워한다. 스토리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고,
점차 고조되던 클라이막스 즈음에 생각보다 다소 맥없이 사그라들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3부작 중 첫번째 편이라고 하니, 책의 존재도 몰랐던 내게는 엄청난 기다림이 될 듯 하다.
위태로운 밀실에서 잠시 나온 Enya의 보컬을 반가워하기에는 상황이 다소 어줍잖았다.
어째 다음 편이 나올 듯한(3부작 소설의 존재를 모른채 느꼈던) 갑작스런 엔딩 암전과 맞물린
청아한 쇳소리... Bryan Ferry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Is Your Love Strong Enough?"가
How To Destroy Angels에 의해 또다른 컬러로 선보여졌다.

시선을 잡아끄는, 귀를 자극하는 강렬한 인트로 "Immigrant Song"과,
길고 긴 암투와 행보를 1차 마감하는 순간 묘한 몽롱함을 선사하는
"Is Your Love Strong Enough?"... 모두 Trent Reznor의 작품이라고...
영화 음악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건가,,, 어찌됐건 이런 조합이라면 대환영이다.
과거의 활동보다도, 오히려 영화음악에서의 그의 결과물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왜 자꾸 모든 영화들이 음악으로 보이는 걸까.
과연 나는 다시, 아니,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일까. 리메이크야, 제발 멈춰라.
God bless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