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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일지/movie

영화 <헬프: The Help>


몇십년의 내 삶은 이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렇게 무뎌지는구나. 모든 음악, 모든 영화로부터....
그간 모아온 내 음악과 영화들을 하나씩 내다버리고 있다.
10년 넘게 스스로를 "업계 사람"이라고 여길 정도로 발빠르게 움직여왔는데,
이제는 새로운 정보를 스스로 업데이트하지 못하는 일반인이다.

그런 와중에 요 며칠간 심심찮게 TV 광고를 통해 본 영화 <The Help>의 예고편은
웬지 모를 옛 감성?을 끌어내줄 무언가 있을 듯 끌렸다.


그저 개봉일만 기억해뒀다.
밋밋한 영화 제목 만큼이나 심심한
개봉일자 11월 3일.

오늘 그 날이 되었다.

아무런 준비없이,
쌩돈 8,000원을 고스란히 내고 본 영화 <The Help>.

사실 내용도 전혀 모르고,
예고편만 보고 예상한 바와는 전혀 다른 줄거리였다.

주인공이 누군지도 몰랐고, 그저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전체적인 그림 - 화면빨에 빠졌던 것 같다.

알고보니, 아마존과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였던 원작 소설 <헬프>를 영화화 한것이라고.
역시...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도 잘도 골라. ㅋ


전체적으로는 아무 문제없는 듯 평안한 구조적인 모순 속에서
어떠한 계기와 기회로 인해 하나씩 자기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억압된 소수 민족들의 이야기.
과하지 않게, 덤덤하게, 그러나 핵심적인 포인트를 짚어주며, 위트와 진심을 담아내주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그래서 더 좋았다.

영화 곳곳에 보여지고 들려지는 Coloured...라는 유색인종들에 대한 표현... 웬지 좀...거슬렸다.
언행일치가 안되고 이율배반적인 백인들의 인종차별,,, 우리도 여전히 그런게 좀 많다는 생각 문득.
 
노트 위에 적는 손 글씨 The Help로부터 시작된 오프닝.
뭐,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봤던 흔한... 그러나 볼때마다 좋다. 이런 소박한 오프닝.
게다가 이것은 영화 자체가 주는 인권에 대한 메세지 외에,
또 다른 메세지가 하나 더 맞물려있음을 시사해준다.

그것은 나 알팩스에게 주는 좀더 커다란 메세지였다. - Writing에 대한 열망.
요새 이러저러한 이유로 잊어버린...
이제는 다시 한 세대를 넘기게 될 듯한 내 처지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Writing... 

진정성 있는 Writer를 꿈꾸는 유지니아 스키터 펠런이 고향으로 돌아와
취업 - 살림정보 칼럼을 담당하면서 학창시절 친구네 집의 Maid인 에이블린에게 도움을 받기로 하고
우연히 접하게 된 여러가지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백인들의 행태를 보며
자신의 첫 작품 아이템으로 마음을 정하게 된다.
그러면서 시작되는 그 시절 미시시피 잭슨의 시대상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분명 태어나 어린시절을 함께 한 "유색인종" Maid임에도,
어른이 되면 결국 자신들의 부모가 하던대로 똑같이 변질되는 관계의 되풀이.
- 이런 부조리, 불합리가 지금 이 세상에도 얼마나 많은지.

KKK단원에게 총에 맞은 이웃 때문에, 늦은 밤 버스에서 강제로 하차해,
어둠 속 공포의 달음박질로 넘어져 진흙 범벅이 된 에이블린을 두손 가리고 보며 마음 졸였던 순간.
미니가 혹시 전 주인 힐리에게 해꼬지라도 당할까, 혹은 외로운 왕따 셀리아의 세번째 유산...
혹여 그녀 남편에게 발각돼 누명이라도 쓰고 총을 맞을까, 자식 대학 등록금 때문에 반지를 주워
내다 판 미니 후임자를 무자비하게 체포하는 백인 경찰들의 모습.
- 이런 영화를 보다보면,
   내가 그 시절에 살고 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의 어떤 부류일까 상상해보게 된다.
  그래, 상상만으로 끝내자.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가 가장 좋은 시대이다.라고 단정짓는다.

스키터가 자신의 또다른 진짜 엄마였던 콘스탄틴의 부재를 찾아 헤매이는 것은
졸업파티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것을 야단칠 미인대회 출신의 진짜 엄마보다도
자신에게 긍정적인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콘스탄틴과의 대화를 마치고나서야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진정한 계기를 만들어가면서
Writer로서의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딜 수 있게된다.

You is kind, You is smart, You is important...
에이블린의 주문에 나 역시 세뇌되었는가... 영화가 끝나고도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특히, 그녀가 쫓겨나기 직전 마지막 주문을 듣고 보며 고이는 눈물을 차마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은 모든 일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 깨우치건, 그 누군가에게 조언을 받건 간에 말이다.
- 주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인간들은 다 치워버려야겠다.
  긍정의 마인드로만 살아가기에도 짧은 이 인생에
  미리부터 초치는 그런 쓸데없는 인간들...

근데, 영화 보면서 내내 누가 생각났는데, 엠마 스톤이라는 이름의 이 스키터 얼굴과
영화 <Love Actually>의 드럼 꼬마... 토마스랑 너무 똑같이 생겼다... 그냥 내 느낌에... ㅋㅋ

간간히 배치되어 들려주는 음악들도 좋았다.
익숙한 올드팝에 신나기도 했고,
뭔지 궁금해 네이버 뮤직 앱을 실행시켜보니
Bob Dylan 아저씨의 Don't Think Twice, It's Alright도 흘렀던 것 같다.

사실 늘 시끄럽고 음울하고, 보다 드라마틱하고 적나라하며 자극적인 영화에 
오랜 기간 익숙해있던 내게 영화 마지막 엔딩은 다 보여주지 않은 아쉬움이 조금 있었다.

그러나, 그 화면상의, 줄거리 상의 아쉬움을 상쇄시켜줄만한 
전체적인 영화 <The Help>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리며 여운과 함께 말미를 장식해주는
이름모를 엔딩 음악은 정말이지 오랜만의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네이버 뮤직 앱은 찾아주지 못한,,,
나오자마자 검색을 해보니, 반가운 그 이름 - Mary J. Blige의 "The Living Proof"라고 한다.
아...역시... 잊으려고 해도 한번 좋아했던 음색은 여전히 나를 이렇게나 감동시키는 게로구나.
 
여러 음악들... 그리고 이 영화 주제가 "The Living Proof"의 뮤직비디오.
결국 또 음악으로 이렇게 마무리되는구나.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예전에 본 영화들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제대로 이해한 건지는 모르겠다.
시대적 배경 혹은 전체적인 설정 때문인지
영화 <플레전트빌>이나 <킬링필드>가 교차되어 내용이 뭐였지 떠오르는 단순한 나.

이런 단순 유치한 "나"이기에, 정말 단순하고 유치하게도
영화를 다 보고 돌아나오는 길에 웃기게도 우연하게 Help 노트를 사게 됐다.
정말 신기하다. 이런 노트가...  게다가 오늘 처음 본 영화 <헬프> 포스터와 같은 노랑이다. ㅋㅋ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왕유치 알팩스.


하하하... 아무리봐도 이 노트 열라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