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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일지/movie

뒤늦게 본 영화 <써니>의 음악들


Sunny.

오랜만에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만났다.
사실 개봉 전부터 얼마전 꼭꼭 챙겨 본 TV드라마 <이웃집 웬수> 등을 통해
친숙한 호감도가 있는 유호정이 나오는 영화라 웬지 꼭 가서 보고 싶었다.
(예전에 <취화선>에도 나왔다는데, TV드라마가 아닌 영화 스크린으로 그녀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여성들간의 학창 시절 우정에 관한 부분과 주제가를 포함해 익숙한 올드팝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예민한 알팩스의 감성을 자극할 것임에는 분명했다.


그리고, 아주 유명하고 요새 잘나가는 스타급의 배우가 없기도 하고,
보통 TV에서 익숙한 배우가 주연급으로 나오는 영화는
혹시나 흥행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나라도 꼭 가서 보자....라고 생각했으나
내 앞가림 때문에 손꼽아 기다렸던 5월 4일 개봉일도 놓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대부분의 줄거리를 상세히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냥 언젠가 추석 혹은 설 - 우리 명절에 방송해주겠지 기다리기로 하고 한달이 훌쩍 넘었다.


그 사이 1백만, 2백만, 3백만을 넘어서, 5백만을 바라보며 써니 열풍이 가시질 않고 있다.
계속 기사화도 되고, 방송에서도 심심찮고,,, 조금씩 다시 궁금해졌고,
유호정이 무릎팍에도 나왔고,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 어린 써니들이 인터뷰도 했다.
각종 기사나 블로그에는 써니의 리더 - 어린 하춘화 역할을 맡은 강소라가
강한 카리스마의 여운을 남긴다고들 입을 모았다.
내가 좋아하는 <막돼먹은 영애씨>의 영애네집 유일한 며느리 소라가
그렇게 칭찬을 받으니 웬지 더 궁금해졌다.

 

게다가 지난 주말 만난 친구가 조조로 <써니>를 두번째 봤다고,
여전히 감동이라고 하며 꼭 가서 보라고 강추했다.
웃고 울고 한다는... 이 친구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그럴만한 것이고...
<과속스캔들>의 감독이 어떻게 유쾌한 감동을 만들어냈을지도 궁금했고...
어차피 아까운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삭감하는 것이라, 조조를 위해 급히 나갈 필요없는 2회차로 예매.
평일 오전 - 여전히 상영관을 대부분 메운 여성 관객들 틈에서 화제작 <써니>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나한테 개봉 한달이 넘어서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ㅜㅜ 다음부터는 땡길때 빨리 봐야지.



음악이 주는 힘.
오프닝의 몰입과 엔딩의 여운을 책임진 Tuck & Patti(턱 앤 패티)의 "Time After Time"은
오히려 원곡인  Cyndi Lauper(신디 로퍼)의 곡보다도
영화 <써니>의 느낌을 배가시켜 주는데에 충분했다.

Tuck & Patti 부부가 들려주는 소울 재즈 - 그 보컬 연주의 하모니는
let the music play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프닝부터 그렁그렁해질 수 밖에 없었다.

 Tuck & Patti 버전의
"Time After Time"
 Cyndi Lauper의
"Time After Time" 오리지널 원곡
   



과거를 회상하는 평범한 현재의 나미.
진덕여고에 갓 전학한 나미의 점심 시간,
재밌는 것은 버젓이 오리지널 곡을 부른 신디 로퍼 버전의 "Time After Time"을
본 영화 오프닝으로 쓰지 않아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라도 하듯,
그 시절 여고의 난장판 점심 방송,

신나는 첫 곡이 Cyndi Lauper의 "Girls Just Want to Have Fun"이다.
맞다, 소녀들은 그저 신나게! 놀고 싶을 뿐이다!
Cyndi Lauper의 "Girls Just Want to Have Fun"

 

 

누구도 근접 못할 화끈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춘화를 필두로 한,

총 6인의 6공주에 7번째 멤버로 입성하게 된 나미.

7공주의 이름 써니(Sunny)는 당시 소녀들의 유일한 미디어 탈출구였던
FM라디오 DJ 이종환 아저씨에게 보낸 엽서가 소개되며
방송을 통해 직접 이름 지어준 Sunny가 어떨까?에 환호한다.
과거 라디오에 (엽서로) 사연을 보내고 내 이름과 신청곡을 들어본
바로 그 기억과 오버랩되며 입가에 미소가 절로 흐르게 된다. - 그래서 7공주가 써니가 되었구나!

1980년대 모든 소년 소녀들의 로망,
청순미의 대명사 소피 마르소의 "라붐" 주제가가
나미와, 나미 친구(장미였던가?) 오빠의 친구인 한준호에 대한
수줍은 첫(짝)사랑을 대변하는 명장면 - 헤드폰 씬으로
촌스럽지만? 순수하게 재현되기도 했다.
Richard Sanderson의 "Reality" (라붐 I 주제가)

 

1980년대에서 빠져서는 안될 우리의 치부, 군부 정권과 격렬한 데모씬.
영화 <써니>에서는 심각할 수도 있는 이 장면이 써니들과 소녀시대의 격돌까지 포함하고 희화되면서
친숙한 올드 팝 - Joy(조이)의 "Touch By Touch"가 꽤 장시간 귓속을 파고 들었다.
웬지 모르겠지만 이 장면에서는 <인정사정 볼것없다>의 "Holiday" 씬이 떠올랐다... 단순하게도... 쩝.
Joy의 "Touch By Touch"

 

이유없이 자신을 미워하는 얼음공주 수지와 포장마차에서의 소주 대작 씬도 잠시,
(이때 나온 팝을 제대로 못들었다.

 아마 소주 몇병 마셨나 세느라 다른 그 어떤 장면보다 몰입을 했던 것인가 ㅋㅋ)

나미의 딸을 괴롭히는 현재의 소녀들을 응징하는 과거의 소녀들 써니는
호송되가는 경찰차 안에서 "Sunny"에 열광하기도 한다. (이건 현실에서는 학부모 싸움으로 번지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기도 하는 황당한 사건으로 뒤바뀔 수도 있겠지만...그저 영화일 뿐...)


곧,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여고 축제장에서 써니의 무대는
예기치않은 사고로 불발이 되고 언젠가 다시 만날 약속과 함께 빛나던 여고 시절도 막을 내리지만,
이 못다 한 추억은 마지막 씬 - 앞서 간 리더 춘화의 영정 앞에서 드디어 화려하게 빛을 발한다.
이쁜이 수지를 제외한 5멤버의 써니가 춘화의 마지막 명령을 유언집행 변호사 앞에서 수행,
다시 한번 Boney M의 "Sunny"가 오래된 카세트데크를 통해 흐른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 7공주, 써니는 영원히 조우한다.
Boney M의  "Sunny" 비디오 버전

 

코끝 찡해지는 강렬한 마지막 엔딩, Tuck & Patti의 "Time After Time"을 다시 한번...
영화 <써니>의 엔딩 크레딧은 폰트와 간격마저도 소박하고 깔끔했다.
Tuck & Patti 버전의 "Time After Time"



Time After Time 따라부르기 lyrics 
출처

Lying in my bed I hear the clock tick and think of you

Caught up in circles, confusion is nothing new
Flash back warm night, almost left behind
Suitcase of memories
Time after sometime you pictured me
I'm walking too far ahead
You're callin' to me
I can't hear what you've said
Then you said, "Go slow, I fall behind"
The second hand unwinds

If you're lost you can look and you will find me
Time after time
If you fall I will catch you, I'll be waiting
Time after time

If you're lost you can look and you will find me
Time after time
If you fall I will catch you, I'll be waiting
Time after time

After my picture fades
And darkness has turned to grey
Watching through windows
You're wondering if I'm OK
Secrets stolen from deep inside
The drum beats out of time

If you're lost you can look and you will find me
Time after time
If you fall I will catch you, I'll be waiting
Time after time

You said, "Go slow, I fall behind"
The second hand unwinds

If you're lost you can look and you will find me
Time after time
If you fall I will catch you, I'll be waiting
Time after time

Time after time


늦게라도 큰 상영관에서 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며,
칭찬 일색인 어린 하춘화의 리더쉽, 의리, 카리스마는 역시 지금의 나조차도 매우 부럽다.
멋도 모르고 그룹지어 몰려다녔던 초중고딩 때의 옛 친구들이 조금 궁금해지기도 하고,
Being Alone is the best !라고 부르짖고 다니는 현재의 나 역시도
학창시절의 그런 찐한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추억할 수 있어 좋았다.

흥행한 영화답게 다양한 시각의 글들과 기사들이 연일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누구나 다른 환경과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면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만약, 세상을 향해 불평불만 가득한 작금의 나답게 이 영화의 마무리를 부정적으로 본다면,
학창시절로부터 한 20년 후의 여성들의 모습의 한계에 대한 아쉬움이다.

 

- 실적 꼴찌를 달리는 보험영업사원 장미,
- 집안사정으로 미스코리아의 꿈을 포기하고 술집에서 일하고 있는 복희,
- 힘들게 호된 시집살이를 살고 있는 금옥,
- 겉은 우아하고 부유하게 위장했으나,

   바람난 남편의 건물 명의 이전으로 계속 함께 살아가는 욕쟁이 진희,
- 전혀 예측이 안되는, 그러나 얼굴 상처로 인해 분명 꿈과는 다른 길을 걸었을 수지,
- OO사업으로 엄청 돈은 많이 벌었지만, 암으로 세상을 뜨게 되는 춘화,
- 그리고, 사랑과 정은 없어보이지만, 꽤나 부유한 삶을 살아가는 중산???층의 나미.


일반적인 우리네 그 나이대 여성들의 평균적인 모습인지,

영화 속 캐릭터로서 조금 더 과장된 모습인지 헷갈린다.


그저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학창시절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친숙한 올드팝으로 눈과 귀를 향할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더운 여름, 블록버스터들의 침공 직전

- 영화 <써니>의 역할은 충분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어린 써니들과 현재 써니들의 교차 편집은 최근 자주 보게 된
미드 <Cold Case(콜드 케이스)> 시리즈가 문득 떠올랐다.

잔인한 사건들이 꼭 1개씩 있어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미해결된 오래된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 속에
현재 인물(용의자, 관련자)의 과거 어린 시절 모습을
틈틈이 교차 편집해주면서 향수?를 자극한다.

그리고, 마침내 해결된 오랜 미제사건을
Closed 박스 창고에 내려놓으며
익숙한 올드팝이 엔딩을 장식한다.


내 인생, 결국 벗어나려해도 음악을 완전히 떠날 수는 없는 것인가.
그 묘한 감정의 일렁임이 주는 묘한 쾌감.
때문에 살면서 아직까지 음악보다 내게 감동을 준 물체, 생명은 없었던 듯.
God bless me !